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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강명희/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는 무엇인가(한울아카데미, 2022)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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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중국근현대사학회 연구총서 간행사
    책을 펴내며
    들어가며

    제1장 전근대의 ‘자유’
    1. 고대적 자유
    2. 전통 시대 한자문화권의 자유자재
    3. 유교의 자유정신
    4. 사전류에 나타난 번역어로서의 자유

    제2장 근대적 자유와 자유주의
    1. 근대 서양의 자유주의의 발전
    2. 19세기 유럽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제3장 일본의 자유주의
    1.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기 일본의 초기 자유주의
    2. 일본 자유주의의 변용과 도전

    제4장 중국의 자유주의
    1. 청 말 민국 초 자유주의의 개념: 옌푸와 량치차오를 중심으로
    2. 민국 시대의 자유주의
    3. 제3의 길: 1940년대 중국의 자유주의 중간노선

    제5장 한국의 자유주의
    1. 1880년대 개화파의 자유주의 인식
    2. ≪독립신문≫에 나타난 자유와 권리의식: 서재필과 윤치호를 중심으로
    3. 20세기 초 자강기: 구국과 자유 사이
    4. 일제 강점기의 사상적 교차
    5. 해방 후 자유주의의 흥기와 좌절

    제6장 동아시아 자유주의의 좌절과 성취
    1. 동서양의 문화전통의 차이
    2. 사회주의의 공격으로 인한 자유주의의 곤경
    3. 국가주의적으로 변용된 자유주의
    4. 자유민족주의
    5. 자유, 공화, 민주
    6. 동아시아 자유주의의 성취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자유주의가 만개할 당시 자유의 개념은 ‘자유로운 인간은 어떠한 자의적 강제에도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이 개념을 적용할 때, 어떤 강제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려면 결국 모든 개인이 타인에게 어떠한 강제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유주의자에게 자유란, 법 아래에서의 자유였다. 그런 면에서 자유는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것을 강요당하는 강제와 구속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의미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는 장애가 없는 상태라는 적극적 의미의 두 가지 측면을 가지게 된다. _68쪽

또 토크빌은 민주주의사회에서 가장 저항하기 힘든 첫째 권능이 바로 여론이라며, 정치제도 측면에 기인하는 압제보다 ‘여론의 압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견해를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익명화된 권능, 즉 ‘전체의 정신이 개인의 지성에 대해 강요하는 엄청난 압력’을 현대의 진정한 ‘압제’라 본 것이다.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다수의 독재로부터 오는 도덕적 압력을 두려워하게 되며, 감옥에는 가지 않겠지만 사회로부터 추방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_83쪽

일본 자유주의는 줄곧 국가주의에 예속되어 그 허용한도 내에서만 외형적으로 실현되었다. 후발국으로서 선진 자본주의국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 보호주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가 지배하면서 경제적 자유주의도 지지받지 못했다. 국가주의 측은 신자유주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억압했고, 마르크스주의 측으로부터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자유주의는 진보성을 상실한 부르주아들의 서재 속 이상주의에 불과하다며, 현대사회의 폐해는 모두 자유주의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은 자유주의는 곧 자본주의라는 관념을 반영한다. _143쪽

옌푸는 밀의 「자유론」을 번역할 때 프리덤의 번역어로 채택된 ‘자유’의 전통 용법에 방임, 자자(自恣), 자종(自縱) 등 소극적이고 부정적 함의가 있으나 다른 대응어를 찾기가 어렵다며 고심했다. 그는 ‘자유’를 회피하고자 발음이 같은 ‘자요(自繇, ziyou/ziyao로 발음)’로 대신함으로써 방임, 자자, 자종과 구별됨을 나타내려 했다. 옌푸의 이러한 번역은 ‘자유’가 방임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려 한 고심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는 서양 자유주의의 요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나, 중국에서 전제주의로부터 방임주의의 극단으로 치달아 갈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자요’는 자획이 번잡하고 함의도 모호하며 억지로 만든 느낌이 강하여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해 확산되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고, 결국 ‘자유’가 유행했다. _158쪽

사실 한자문화권이 자유에 접속하는 과정에는 곤혹과 의심이 얽혀 들어가 있어서 자유가 ‘주의’로 여겨지기 어려웠다. ‘자유’의 가치에 대해 유보적이었으므로 ‘자유주의’의 수용도 어려웠던 것이다. 자유주의에서 자유는 중요한 개념이지만 자유가 ‘주의’가 될 수 있는가, 사상투쟁의 목표로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_199쪽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모두 현상에 대한 비판과 투쟁정신에서 비롯되었으며,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특권과 권위에 저항하는 이념이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깊이 인식하기에 비판정신과 토론, 그리고 관용을 중시했다. 사회주의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완전한 이성을 전제로 구축된 이론이어서 아름다운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공산주의국가는 (공산)당의 무오류성을 전제로 권력을 구축했기에 소수 당권자들의 독재체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_240쪽

 

출판사 서평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한·중·일의 자유주의 개념 형성사
이 책은 1992년 창립한 이래 중국 근현대사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선도해 온 중국근현대사학회에서 연구총서로 선정한 일곱 번째 책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구호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 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유’는 공기처럼 당연시되어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이가 부당하게 자유를 박탈당하고 탄압과 구속에 시달리는 것을 목도하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동아시아인에게 낯설던 유럽어휘인 자유와 권리 개념이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각기 다른 전통적 요소와 결합해 어떻게 수용되어, 의미를 형성해 갔는지를 후쿠자와 유기치, 나카무라 마사나오, 나카에 조민, 옌푸, 량치차오, 유길준, 서재필 등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추적한다.
환경과 문화전통이 각기 다른 한·중·일 3국에서 서구의 사상과 제도를 수용하는 양상은 달랐다. 하지만 동아시아 문명에 내재한 공통의 전통적 요인의 작용으로, 자유 개념이 종국에는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는 근대적 자유민주주의로 전개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각 장의 내용

1장에서는 고대적 자유사상이 중세 자연법사상을 거치며 근대 자유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형성하는 과정과 전통 시대 동아시아의 ‘자유’ 및 그 유사 어휘들의 용례를 살펴봄으로써 이것이 번역어로 ‘자유’의 채택과 개념 구성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또 근대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수용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17~19세기 발전하고 변용된 서양 자유주의가 다양한 함의를 내포한 정치사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친 로크와 벤담을 거쳐 밀과 스펜서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자유주의, 루소류의 프랑스 계몽사상, 블룬칠리 등의 독일 국가주의적 자유주의, 이 세 계통의 학설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사상 전통에서 발전한 사상체계들이 동아시아에 한꺼번에 유입되며 서로 얽혔을 뿐 아니라, 19세기 유럽에서 민주주의와 결합된 자유민주주의, 또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며 변용된 신자유주의가 전해졌음에 주목한다.
3~5장에서는 19세기 후반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사상가들이 당시로서는 너무도 생소했던 liberty, rights, liberalism, freedom 등 자유주의의 핵심 개념을 어떻게 학습·수용하고, 적용했는지 고찰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이 처했던 역사적 환경과 사상적 전통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삼국의 사상세계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분석한다.
6장에서는 1850~1950년에 이르는 동아시아 자유주의 100년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한계, 그리고 성취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전통적 사회사상의 영향과 위기에 처했던 각국의 역사적 환경으로 인해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특징, 이와 연관되어 자유민족주의 경향으로 발전한 측면을 중시했으며,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부딪힌 자유주의의 곤경을 분석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결합되어 이룬 동아시아 자유주의의 성취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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